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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자살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치안의 문제 - 한국미래교육뉴스

2026-09-14 / 조회 0

경찰관 자살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치안의 문제

법학박사 김원영

경찰관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자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의 공직자이며,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은 곧 국가의 치안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청이 한국의학연구소(KMI)와 경찰관 건강 증진을 위한 장기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다. 특히 최근 5년간 사망한 경찰관 442명 가운데 질병으로 사망한 경찰관이 287명에 달하고, 자살로 사망한 경찰관도 125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경찰 조직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찰관 자살률이 일반 공무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찰관은 범죄 현장, 교통사고, 변사 사건, 강력사건, 재난 현장 등 일반인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여기에 야간·교대근무, 장시간 근무, 인력 부족, 민원과 사건 처리에 따른 정신적 부담까지 더해진다.

특히 반복적인 외상 경험은 경찰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건 현장에서 목격한 참혹한 장면이나 동료의 사고·순직을 경험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현실은 경찰관의 정신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경찰 조직에서는 그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적인 적응이나 인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신건강 관리도 치안 인프라다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는 복지정책의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치안 인프라다.

정신적으로 지친 경찰관이 정상적인 판단과 대응 능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경찰관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경찰관 개인을 위한 복지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제공되는 치안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을 제도화하고,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강력사건이나 대형 재난, 참혹한 사고 현장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건강검진과 별도로 심리상태를 전문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위험 신호가 발견된 경찰관에게 상담과 치료, 일정 기간의 업무 조정, 회복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실질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상담을받으면 불이익'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경찰관 정신건강 관리에서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조직문화일 수 있다.

경찰관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상담을 받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상담이나 치료 사실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경찰관들은 자신의 상태를 숨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찰 내부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외부의 정신건강 전문기관과 연계해 상담의 독립성과 비밀보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관이 "도움을 요청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순직·공상 인정 기준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육체적인 부상뿐만 아니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경찰관의 PTSD,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질병으로 단정하기보다 직무와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반복적인 외상사건에 노출되는 경찰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공상·순직 인정 과정에서도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경찰청과 KMI의 공동연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축적해 어떤 질환이 경찰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지 밝혀낸다면 향후 공상·순직 인정과 보건정책 개선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방 중심의 경찰 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이제 경찰관 건강정책은 '문제가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경찰관의 직무별·연령별·근무형태별 건강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둘째, 야간·교대근무와 장시간 근무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셋째, 경찰관이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넷째,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상담 사실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질병이나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찰관이 조직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회복 후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관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찰관이 건강해야 현장에서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고, 경찰 조직이 건강해야 국민에게 신뢰받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공동연구가 일회성 업무협약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연구 결과가 실제 경찰관의 근무환경 개선과 정신건강 보호, 공상·순직 인정 확대, 자살 예방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경찰관의 자살을 개인의 선택이나 개인적인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복되는 외상과 과중한 업무, 교대근무 등 구조적인 위험요인을 국가와 경찰 조직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

경찰관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이며,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다.

이제 경찰개혁의 범위를 조직과 인사제도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까지 확대해야 한다.

경찰관이 안전해야 국민도 안전하다. 이것이 경찰관 자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출처

한국미래교육뉴스

2026-09-14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