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건문의 금지, 경찰만의 개혁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변화부터 -한국미래교육뉴스 2026-09-14 / 조회 0 |
|---|
사건문의 금지, 경찰만의 개혁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변화부터
법학박사 김원영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그동안 내부 지침으로 운영해 온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경찰청 훈령인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고, 사건 문의를 받은 수사관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사건 문의 자체에 대한 징계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적용 대상을 경찰 내부 직원에서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와 사무장 등 사건 관련 외부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관련 훈령 정비를 거쳐 오는 10월부터 강화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수사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 여부는 훈령을 만드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건을 알아봐 달라’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는 경찰관에게 한번 물어봐 달라”는 말부터 없어져야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사건과 관련해 “아는 경찰관에게 한번 물어봐 달라”, “진행 상황만 알아봐 달라”, “담당자에게 잘 부탁한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단순한 문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에게 외부인이 반복적으로 사건 진행 상황을 묻거나 특정 방향의 처리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경찰관 출신 인사나 경찰 조직 내부 관계자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사건 담당자에게 접근하는 경우에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는 누구의 부탁을 받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이고 법률상 어떤 판단이 가능한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이 원칙이 흔들리면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흔들린다.
경찰관에게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건 문의를 받았을 때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번 제도 개선에서 사건 문의를 받은 수사관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한다.
경찰관에게만 청렴을 요구해서는 수사 공정성을 완성할 수 없다.
경찰관에게 사건을 문의하는 사람 역시 자신의 행동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냥 물어본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사기관에 대한 부당한 사건 문의는 결국 다른 사건 관계자와 국민에게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이 제도보다 먼저 바뀌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행위를 법과 규정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다.
경찰관에게 사건을 부탁하지 않는 것, 경찰관 역시 사건을 문의받았을 때 이를 거절하는 것, 변호사나 사무장 역시 사건 관계자로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과 소통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내 사건만 잘 처리되면 된다”는 생각에서 “모든 사건은 공정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시민의식의 변화다.
사건문의 금지는 경찰개혁의 출발점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사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하고, 경찰관 스스로도 사건과 사적인 관계를 분리하도록 하는 수사문화의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기존 사건문의 금지제도는 내부 지침 수준에 머물면서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존 제도 아래 6년간 관련 징계가 3건에 그치는 등 신고와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규정의 존재보다 실제 작동 여부가 중요하다.
사건을 문의한 사람과 문의를 받은 사람 모두에게 명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정당한 업무상 소통과 부당한 사건 문의를 명확히 구분해 선의의 민원이나 법률상 권리행사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세부 기준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경찰의 신뢰는 공정한 수사에서 시작된다
국민이 경찰을 신뢰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찰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친분이 있다고 수사가 빨라지고, 지위가 높다고 사건 처리가 달라지며, 인맥이 있다고 수사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법 앞의 평등은 형식에 불과하게 된다.
반대로 누구든지 경찰관에게 사건을 부탁할 수 없고, 경찰관 역시 누구의 부탁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직이 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이번 사건문의 금지제도 강화가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경찰개혁은 경찰관의 의식 변화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의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이제는 “아는 경찰관이 있느냐”가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밟았느냐”가 중요해야 한다.
“누구에게 부탁했느냐”가 아니라 “무슨 증거와 사실이 있느냐”가 사건의 결과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이고 공정한 수사의 출발점이다.
이번 사건문의 금지제도가 경찰의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청탁과 인맥 중심의 사건 처리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찰의 공정한 수사는 경찰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공정한 절차를 존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출처
|
이전글
2026-09-14
|
|
다음글
2026-09-14
|